내 우주가 생긴 날

10년 만에 내 방이 생긴 2016년 어느 겨울날

2016년 2월 5일

본인 몸뚱아리 눕힐 작은 공간마저 구하기 힘들었다던
어느 유명인사의 인생사에 비하면 엄살이지만,
눈껍데기가 따끔거리는 이 시간까지도
원하는 모든 짓을 할 수 있는 내 방이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생겼다.

내 책상&침대가 축구판의 메시&호날두 같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작은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우주와도 같다.

전 주인이 5년 전 쯤 붙여놓은 것 같은 천장의 야광별 스티커가
이 우주에 현실감을 더해주고,
서울대 야구부를 2개월 만에 박차고 나간 나의 책상 선반 위엔 추신수 사인볼이
나의 위선적인 모습을 매우 잘 대변해주고 있다.

더불어, 이타치 피규어가 나의 차가운 외면과 따뜻한 내면을 대변해주는 척하면서,
나루토 랜덤 디펜스를 밤새하던 나의 병신력을 인증해주고 있다.
언제라도 소환사의 협곡에 접속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는,
그에 대한 대항마로써 여러 권의 뽀대용 책들과 몇 권의 진짜 책을 내 시야안에 두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이 우주와 같은 공간에서,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우주선에 탑승한 만큼,
우선은 내 자신을 충분히 바라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