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

Efficiently Inefficient: How Smart Money Invests and Market Prices Are Determined
by Lasse Heje Pedersen, 2015


이 책은 두물머리 대표인 천영록님의 추천사를 보고 구매했다.

이 책은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배우게 되는 모든 지식을 정리한 요약 노트이자 교과서다. 게다가 헤지펀드라는 비밀스러운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운영 구조와 비용까지 다룬다는 점에서 훌륭한 가이드이기도 하다. 저자의 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 개념은 예컨대 쿠팡에서 팔리는 모든 물건이 아무리 저렴해져도 ‘남는 게 없을 정도’로 저렴해지진 않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인간이 자신의 돈과 자산을 교환해 나가는 자본 시장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미묘한 기회 요인이 계속 남아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런 시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투자 주체들의 고민을 이론적으로 정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터뷰와 설명을 통해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현업의 본질과 이면을 모두 균형 있게 보여 준다. -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부의 확장> 저자 -

내가 아는 헤지펀드는 헤지펀드는 고객의 투자금을 굴려서 돈을 벌고, 수수료와 인센티브를 챙긴다가 전부였다.
투자금을 어떻게 굴리는지, 어떤 금융 상품들에 투자하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그들이 단순히 증권이나 채권, 금, 원자재 등에 투자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진 금융 관련 지식의 구멍들을 꽤 많이 매울 수 있었다.

  • 다양한 종류의 금융 시장의 존재와 작동 원리를 (개략적으로) 알게 되었고,
  • 어디선가 많이 듣고, 보았지만 개념에 대해 잘 모르던 금융 지식들에 대해 알게 있었고,
  • 투자에 대해 그동안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바로 잡고, 참신한 관점들을 다수 접할 수 있었으며,
  • 개인투자자가 알파를 추구하는 것이 왜 불리한 싸움터에 뛰어드는 것인지 알게 되었고,
  • 헤지펀드들이 얼마나 치밀한 계산과 전략으로 투자하는지 알게 되었고,
  • 금융 수학 앞에서 문맹이 되어버리는 내 자신을 마주했고,
  •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실로 얼마나 똑똑하고 대범했는지 알 수 있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고, 금융 관련 수학 공식들도 많아 읽기 쉽지 않았지만,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었다.



밑줄 친 문장들

  1. 다양한 수요 압력과 제도적 마찰로 인해 가격은 펀더멘털 가치에서 멀어지지만, 자금 관리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그 차이는 어느 정도 억제되며, 이 과정은 효율적 수준의 비효율적 시장을 만든다. (p.27)
  2. 유동성이란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자금 관리자들이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이 반대 포지션을 취하여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유동성을 제공하는 자금 관리자들이 수익을 얻는 이유는 유동성 수요자들이 펀더멘털 가치와 정확히 같은 가격이 아니더라도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치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햄버거에 들어간 재료비보다 비싼 가격에 햄버거를 사는 것과 같다). (p.28)
  3. 규칙을 가져라. 항상 규칙을 따르되 언제 규칙을 어길지 알고 있어라. (p.39)
  4. 일반적으로 시장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아 시장을 이기려고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는 현금을 벤치마크로 한다. 이를 ‘절대 수익 벤치마크’라고도 한다. 헤지펀드는 주식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도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것이 ‘헤지’가 의미하는 바다. (p.55)
  5. 결국 최종 투자자가 시장을 이기려면 다음과 같은 ‘이중 비효율성’이 존재해야 한다. (p.58)
    • 첫째, 액티브 투자자가 초과 성과를 기록할 정도로 증권 시장은 비효율적이어야 한다.
    • 둘째, 기대되는 초과 성과보다 수수료를 낮게 부과하는 자금관리자를 최종 투자자가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자금관리 시장이 비효율적이어야 한다.
  6. 증권이 비정상적인 매수 압력에 직면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그 결과 향후 기대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진다. 반면 다른 증권들은 시장에서 소외되어, 낮은 가격과 높은 기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발상(contrarian) 투자 전략’은 저가 매수 및 고가 매도를 통해 유동성을 제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p.100)
  7. 만약 공매자들이 위에서 논의된 모든 비용과 위험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시장의 가격은 비관론자들과 낙관론자들의 관점을 통합하여 더 많은 정보를 반영할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를 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반영하기가 더 어려우며, 주식이 고평가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p. 230)
  8. 투자자들이 주식의 장기적인 내재 가치보다는, 내일 매수자들의 의견으로 인해 내일의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의 매수자들도 언젠가는 매도를 해야 하므로 펀더멘털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그들의 의견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효율적인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케인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주식을 매수할 때 주가가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바보가 더 멍청한 바보에게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한 계속 반복되지만, 언젠가는 주식이 펀더멘털로 돌아옴에 따라 끝나게 된다. (p. 232)
  9. Q. 중점적으로 보는 숫자가 있나요?
    A. 네. 하지만 기업이 숫자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숫자든 약간 주의해서 봅니다. 하지만 전체 순사업 자산의 영업 수익을 의미하는 자본 수익률을 부풀리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기업의 자본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 제임스 차노스 (p.249)
  10. 역베타 이론은 레버리지에 제한이 있거나 레버리지를 기피하는 공모펀드와 개별 투자자들이 평균 베타가 1 이상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워런 버핏과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LBO) 투자자는 평균적으로 안전한 주식에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p.274)
  11. 퀀트와 비퀀트의 큰 차이는, 퀀트는 분산 투자에 의지하는 반면 재량적 매니저는 집중투자에 의지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비슷합니다. (p. 312)
  12. 모형을 고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전략이 작동하는 이유의 일부입니다. (p.313)
  13. 많은 투자자들이 각 자산군에 얼마의 금액을 투자할 것인지 혹은 자본의 어느 정도를 투자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투투자들은 위험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각 자산군에서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p.324)
  14. 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는 레버리지를 꺼리며, 대신 주식과 같이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위험 자산에 더 많이 투자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행동은 균형 상태에서 안전 자산 등급의 샤프지수를 높여, 레버리지를 사용하거나 기대 수익이 낮더라도 더 낮은 수준의 위험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p.326)
  15. 환율이 변하지 않을 경우 얻게 되는 수익을 캐리라고 한다. ‘캐리 거래’는 캐리가 높은 상품에 투자하고 캐리가 낮은 상품을 매도하는 방법이다. (p.350)
  16. 주식의 성과가 당신의 예측과 일치하지 않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틀릴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당신의 가설입니다. 그래서 주식을 살 때 믿었던 가설이 무엇이었는지를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합니다. (p.393)
  17. 확증 편향과 대표성(Confirmation bias and representativeness): 휴리스틱은 사람들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정보를 찾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의 가격 움직임을 미래의 대표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태도로 인해 투자자들은 최근 수익을 거둔 투자로 자금을 이동하고 반대로 손실을 본 투자에서 자본을 빼게 되며, 이 두가지 이유로 추세가 지속된다. (p.401)
  18. Q. 추세 추종 투자가 가격을 펀더멘털에 수렴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것에서 멀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A. 어떤 것의 펀더멘털 가치를 꼬집어 말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펀더멘털이라는 아이디어는 시장에 완벽한 균형 가격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균현은 존재하지 않고 항상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펀더멘털 가치가 얼마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으로 펀더멘털 가치의 범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추세 추종은 가격이 그러한 펀더멘털 가치의 범위 내로 이동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 데이비드 하딩 (p.426)
  19. 선물거래자문업자에 투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분산 효과는, 미래에 대한 관점이 없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투자는 미래에 대한 그들의 관점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이 없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일 수 있습니다. - 데이비드 하딩 (p. 427)
  20. 돈을 버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안좋은 경우를 먼저 생각해보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돈을 잃을 수 있는가에 맞춰 포지션의 크기를 정해야 합니다. 전체 포트폴리오 내에서 손실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포지션의 제한을 정해야 합니다. - 존 폴슨 (p.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