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손현, 2021
우선 책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책은 브런치(brunch)에서 글을 읽다가 추천 글 목록에 뜬
<숫자 너머의 낭만, 출판사>라는 글을 무심결에 클릭한 계기로 손현 작가님의 글들을 보다가 구매했다.
책은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내가 작가들의 문체를 평가할 수준은 아니지만,
부드럽게 읽히고 따스함이 묻어나는 문체라 쉼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거추장스러운 표현이 많은 글이나, 호흡이 긴 글은 쉼 없이 읽지 못하고 여러 날에 걸쳐 읽는 편이다)
수지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첫 딸을 키우고 계신 만큼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고,
무엇보다 글쓰기에 조금 더 진심을 더해볼까
하는 마음과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공유하고 싶다
는 마음이 솟구치는 책이었다.
이제 작가님 이야기를 해보자면,
대한민국은 정말 좁디 좁다.
토스에 재직할 당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직원들이 모인
어버이 연합
이라는 슬랙 채널에 딸(수지)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사진에 누군가 댓글로 수지의 인스타그램 채널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비공개인 수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시길 원하셔서 수락해드렸다.
그 분이 바로 이 책을 쓰신 손현님이셨다.
당시에 나는, 혼자서 개발한 시스템의 첫 배포를 앞둔 상태였기 때문에
물리적, 심리적 여유가 전혀 없던 터라 현님과의 소통에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심지어 사내 까페에서 현님이 나를 먼저 알아봐주시고 인사해주셨을 때,
처음에는 누구시지?
라는 생각으로 고개만 꾸벅하고 어물쩡거리고 있었는데,
수지는 잘 크고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해주셔서 그제서야 현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정도였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나는 6월 말에 토스를 떠났고,
8월이 되어서 위에 언급한 현님의 브런치 글을 우연히 보게 된 계기로
2021년 6월에 출간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연의 소중함
을 그렇게 설파(?)하고 다녔으면서,
정작 나는 인연에 무심했던 것을 반성했다.
밑줄 친 문장들
- ‘지금 당신의 인생을 세 줄로 표현한다면?’ (p.8)
- 삶의 변곡점에 서 있을 때는 실패인지 성공일지 알 수 없다. (p.18)
- 상담실장은 “여러 모습의 ‘나’가 있는데, 이 모두를 만나게 해야 온전히 자기 수용이 되고, 그래야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p.22)
-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면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 많았다. (p. 24)
- 대부분의 회사가 제시한 명제는 ‘지원자가 본 업무를 잘할 수 있다’였고, 내가 밝힐 수 있는 것은 ‘나는 다른 길을 경험했다’가 참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애초 서로의 명제가 달랐기에 증명은 성립할 수 없었고, 나는 거듭 실패했다. (p.24)
-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 정신>에서 이렇게 썼다.
- 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이룬 예상 밖의 성공을 발견해서 계속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성공의 증거를 무시한다. (p.25)
- 우리에게는 남에게 보여주려는 부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 거꾸로 감추려는 부분이 있는데, 타인이 나를 인터뷰하는 경험을 통해 ‘남이 바라보는 나’를 엿볼 수 있다. (p.47)
- ‘한 번쯤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 ‘어떤 걸 쓰지?‘라고 접근하는 대신 ‘나의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묻고 그걸 ‘어떻게 나답게 쓸 건지’ 물어야 해요. 그렇게 시작한 콘텐츠는 글에서 다른 형태로도 확장될 수 있고 나를 브랜딩할 수 있는 수단이 되거든요. (p.72)
- 시간을 써서 돈을 벌거나,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돈을 지출한다. 시간과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은 결국 감정까지 쓰게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일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p.80)
- 직장 동료인 소윤의 디자이너는 “기록은 소유하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p.88)
- 어려운 선택을 만났을 때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찾으려고 벽에 머리를 칠 필요가 없습니다. 최고의 선택은 없어요. 바깥에서 이유를 찾기보다는 우리 내면에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후략) _루스 창, “어려운 선택을 하는 법(How to make hard choices)”, 테드살롱 뉴욕 2014 TEDSalon NY2014 강연
- 응무소주 이생기심
어디에도 머물지 말라,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그 마음을 내라,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그 마음을 일으키라는 말입니다.
움켜쥐었던 것을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을 늘 움켜쥐고 있으면 거기에 갇혀 사람이 시들어 버립니다.
그 이상의 큰 그릇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_법정, <일기일회>, 문학의숲 (p.107) - 부부의 삶은 이인삼각 달리기 같다. (p.220)
- 소설가 박완서는 “부모의 사랑은 아이들이 더우면 걷어차고, 필요할 땐 언제고 끌어당겨 덮을 수 있는 이불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p.231)